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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사회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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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경영센터 정수현

 

송인수 이사장은 20년 넘게 비영리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쉼 없이 달리고 있다

오랜 대표의 경험과 더불어 새롭게 이사장을 맡은 그를 만났다

비영리 현장의 고민과 특히 이사회 운영을 비롯한 거버넌스와 관련한 경험과 고민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인터뷰는 그의 새로운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좋은교사운동에서 현직 교사 신분으로 또는 퇴직해서 총 13년간 책임자로 활동을 했고, 임기를 마친 2008년부터 입시 경쟁과 사교육 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창립했습니다. 12년 동안 공동대표로 일해 오다가 올해 27일에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했어요.

 

어떻게 오랜 시간 대표로 계시던 단체의 이사장을 맡게 되셨나요?

손봉호 이사장님이 저희가 작년에 대표직을 마무리하겠다고 말씀드리자 갑자기 그만 두고 조직을 떠나면 회원들이 동요한다, 떠난 것이 아니라 대표직만 내려놓은 것이며 여전히 이곳 활동을 한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회원들이 안심한다. 그러니 나 대신 이사장을 맡으라.”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일리 있는 말씀이고 우리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직을 내려놓는 이유가 은퇴를 위함이 아니라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차원인지라 그 말씀이 동의가 되어 수락했습니다.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한가지 결심한 것이 있어요. 새 대표들이 자칫 전임 대표들을 의식하기 쉽고 전임자의 그늘이라는 것도 있는 법이라, 단체의 일에 대해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하자 라고 마음 먹었어요. 창립자로 그들을 간섭하지 않아야하겠다 결심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사장이 되었다는 것은 어떤 식이든, 전임 대표의 존재를 의식하게 만드는 구조라 다소 머리가 복잡합니다. 물론 새 대표들에겐 이사회가 중요한 버팀목이 되기 때문에 둘 간의 협력 관계는 중요합니다. 여하튼, 제가 그 둘 간의 경계를 잘 구별하며 지혜롭게 처신해야하는데 말이지요.

 

신임 이사장으로서 전임 이사장으로부터 중요하게 당부 받으신 것들이 있나요? 배운 교훈이나 이어가야 할 공적이 있다면요?

손봉호 전 이사장님께서 당부하신 한 가지가 있어요. 이사회에서 개별적인 사업에 대해 이래저래 이야기하시진 않지만 딱 하나 말씀하시는 것은 비윤리적인 것, 불법적인 것만큼은 직을 걸고 싸우신다고 하셨어요. 나머지는 다수결을 따라간다고 하시더군요. 왜 많은 단체에서 손봉호 이사장님을 모시려고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유념해야할 부분입니다.

 

이사장으로서 새롭게 선출된 대표들과는 어떻게 협력하고 있으신가요?

후임자를 찾는 과정부터 이야기하고 싶네요. 사실, 단체 내부에서 후임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창립자 다음 후임자를 찾는 것은 더 힘들지요. 전임자의 그늘이 주는 부담감이 무척 크고 또 창업자의 업적과 비교 당할 수 있으니 그 자리에 누가 서고 싶겠어요. 바깥에서 후임자를 데려와 조직이 망가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감사하게도 내부에서 적임자를 찾았어요. 새 대표들은 30대 후반의 여성들(정지현, 홍민정)입니다. 판단력도 좋고 안정감이 있어요.

 

전임자로서 협력할 일은, ‘간섭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협력 아닐까 싶어요. 그 공간과 여백이 있어야 또 다른 사람들이 자기 역량을 채워 넣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이사장으로서는 협력할 일이 있겠지요. 실무에 간섭하지 않되 이사회가 새 대표들을 긴밀하게 돕는 협력 체제를 갖추어야할 것입니다. 그 구조를 어떻게 짜야할 것인가, 당분간은 그 고민을 좀 해보려 합니다.

 

이사회 구성은 어떻게 하셨나요? 단체의 방향과 생각이 같은 이사들을 모시기가 어떠셨나요?

이사를 적임자로 세우는 것은 참 중요한 일입니다. 생각의 방향이 다른데 개인적 친분만으로 모시면 위험합니다. 자칫 단체는 방향을 잃고 흔들리며 개인적인 우정마저 깨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초기에는 이사회를 구성하지 않고 운동에만 집중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말이 아니라 운동의 과정과 결과로 보여주고, 그 후에야 그에 걸맞은 이사 후보를 찾는 것이 정확하다고 본 것이지요. 잘된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대표직을 내려놓은 올해, 2기 이사회를 새롭게 구축했습니다. 기존 이사들에 새로운 분들을 대폭 보강한 것이지요. 저희들이 대표였던 시절에 이사회란 저희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역할로 충분했다면, 앞으로는 새 대표들을 실질적으로 돕는 조직이 되어야합니다. 그래서 이사회에 보강되어야할 기능과 영역을 찾고 영역별로 그에 맞는 분을 찾은 것입니다.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사회를 구성하며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이사장님이 워낙 신뢰받는 분이시고 저희 조직이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서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이사를 찾는 과정은 가끔 어려웠지요. 이 단체의 이사가 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시더라고요. 사실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보 교육단체라는 평판이 생기더군요. 그 평판에 당혹스러웠어요. 우리는 진보 보수 모든 국민들을 다 품고 일하자”, “이념적 주장을 하지 말고 데이터로 말하자”, 그렇게 결심하고 일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교육의 변화를 위해서 매진하며 실제로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다 보니,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진보교육단체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초기에는 항변도 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해요. 저희들의 이런 정치적 위치나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가끔씩 이사들이 곤욕을 치루기도 합니다. 스스로 사교육과 관련해 이사로서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며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겠지요. 마찬가지 이유로 아주 적합한 이사 후보인데, 이를 사양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비영리단체에서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보다 잘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제일 근본적인 질문인데요. 요즘 약간 혼란스러운 부분이, 기업 영역에서는 이사회가 기업을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더라고요. 사장도 대표 이사라 부르잖아요. 근데 비영리단체는 이상하게 이사장이란 정관상으로는 단체를 책임을 지는 법적 실체이지만 이름만 빌려주며 뒤로 물러서 있는 존재이고, 실제로는 실무력을 가진 대표들이 책임자 역할을 합니다. 저는 그런 비대칭성이 고민스럽더라고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법적 주체인 이사회가 실행이사로서 운동의 실질적 역할을 감당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그럴 때는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실무조직과 부딪힐 소지도 있는 것이고요. 그렇다고 해서 뒤로 물러서 있지만도 못한 것이, 나중에 조직이 문제가 생기면 법적 책임은 또 이사들이 감당해야한다는 말이에요. 양자 간의 이 혼란을 저는 좀 풀어보고 싶습니다. 간섭하지 않으면서 책임지는 조직으로서의 이사회가 무엇이냐, 이 질문을 붙들고 좋은 이사회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사의 역할 중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 재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 부분은 어떠신가요?

제일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지금까지 대중 모금을 통해 이 운동을 해왔는데 지난 12년 동안 30명의 직원들 월급을 한번 밀리지 않고 지급해 왔습니다. 정부 프로젝트에 의존하거나 거액 후원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4천명의 후원자들의 후원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왔지요. 저는 이런 방식의 재정 수익 구조가 정답이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선을 위한 힘(레슬리 크러치필드, 헤더 머클로우드 그랜트, ‘소동 출판사’)에 세계적으로 건강한 비영리단체들 10여개가 소개되어 있던데, 대중 모금 외에도 정부 프로젝트 수입, 수익사업, 대중 모금, 거액 모금을 통해 굳건한 재정 기반을 갖춘 단체들이 많아서,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는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제게도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이지요.

 

저희는 12년 동안 6-8쪽의 긴 편지를 메일로 보내 후원을 요청하는, 나름 독특한 방식으로 대중 모금을 진행해 왔습니다. 글이 길면 읽지 않겠지만 일단 읽기로 한 분들은 충분히 동의하고 진정성있는 후원의 마음을 이끌어내려고요. 그래서 성공을 거두었고 비영리단체 진영에서 저희의 편지 모금을 배우려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젠 이런 편지 모금이 한계에 봉착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미디어 환경이 바뀌다보니, 긴 편지 글을 읽기 더욱 어려워진 것입니다. 앞으로 새 대표들과 이사회가 이 문제를 많이 고심해 보려 합니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비영리단체가 지향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단체의 미션에 맞는 목표를 설정했다면 그 목표로 인해서 세상이 달라졌는지를 반드시 점검해야합니다. “우리는 프로그램을 잘 운영했어!”,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일했어!” 그런 자세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우리가 일을 잘했는지 측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그래서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변화를 이끌어냈는가?”에 있습니다. 바꾸지 못했으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변화가 없다면, 우리의 경험이나 지식체계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변화의 의지가 큰 조직은 학습에 대해 개방적이게 되고, 자기의 한계를 넘는 일에 용맹해집니다. 자신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겸손해지고, 조직이 사회적으로 잘 나간다고 거기에 도취하지 않고, 그래서 중간에 길을 잃지 않습니다.

 

그렇게 변화의 성과를 가지고 시민들에게 후원해 달라고 요청해야 후원도 결실을 얻습니다. 물론 단체 설립의 명분을 가지고 후원 설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단체 설립 이후 초창기 때의 일이고, 그 후부터는 변화의 결과가 후원 설득의 유일한 기준입니다. “왜 우리 단체에는 후원자가 적을까?” 고민이 될 때, 이런 관점으로 스스로를 돌아봐도 유익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이사회의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음속에서 참 좋은 이사회를 한번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요. 예전엔 좋은 이사회란 앞장 서 일하는 대표들을 지지하는 울타리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머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사회가 단체의 미션을 지키기 위해 조직의 법적 주체로서 제 기능을 감당하는데, 대표들이 이사회 때문에 내 역할이나 자율성이 훼손된다고 느끼지 않는, 그런 이사회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진행 이원규 소장

정리 정수현 실장


* 이 인터뷰는 4월에 발행 예정인 "한국 비영리 거버넌스 인사이드(Korea Nonprofit Governance Inside)" 창간호의 일부이며, 전문은 곧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공익경영센터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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